대출증 by

예전에 다니던 대학에서 좋아하던 여자애가
자기 블로그에 어떤 시를 올렸길래
나는 또 병신 같이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빌려가지고는
결국엔 나도 이 시인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지만은 그것과는 별개로
짝사랑 하던 여자가 좋아하는 시를 읽으며 고독이나 씹으려 한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한심한 짓거리니까
아무튼 그걸 자기 전에 읽으려고 들고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어떤 종이가 얼굴로 툭 떨어져서 집어보니
2008년 겨울에 나랑 이름이 똑같은 어떤 사람이 이 책을 빌렸다가 그대로 끼워 놓은 대출증이었다
신기해 하며 책을 펼쳐보니
시인이 나에게 그딴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너랑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4년 전에 이 책을 읽은 것도
그 겨울에 너는 바로 이 책을 읽게 만든 장본인 옆에서 속만 태우고 있었던 것도
너랑 되게 상관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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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여우님